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점심에 먹는 따뜻한 고깃국물과 쌀밥 한그릇은 영혼까지 침투하는 에너지를 준다.
나의 생각인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바로 흰쌀밥에 고깃국이다.
시골 할머니댁 다락방에 있는 족보를 보면, 조상이 대대로 머슴으로 살았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어렸을때부터 유난히 쌀밥에 고깃국을 좋아했다.
곰탕, 탕국, 육개장, 설렁탕....
전라도 지역에서 자란 나에게 쌀밥에 고깃국은 나름 소울 푸드.
대부분이 소뼈나 쇠고기로 국물을 우린 것들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어느날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에서 늘 돼지불백을 먹던 나의 눈에 띄인 가게는
부산의 그 유명한 돼지국밥이었다.
부산의 돼지국밥을 처음 접한 곳은 서울이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돼지국밥을 좋아하게 된것 같다.
일단, 워낙 돼지고기 자체를 좋아하고, 순대국도 좋아했는데,
순대국에는 뭔가 내장들이 그득해서 먹기 불편했던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돼지국밥은 달랐다.
돼지국밥은 살코기가 그득그득 담겨 있어서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부추를 그득넣고 밥을 한그릇 말아서 후루룩 먹는 식감이란...
시간이 지나면 쌀밥에 고기육수가 스며들어서 짭짤하게 간이 베는 그 맛도 좋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이 조합에 잘 익은 김치를 한조각 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원래 국물요리에는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 겉절이가 나오는 법.
그래서 그 처음 갔던 돼지국밥 집도 그랬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돼지국밥집을 보면 들어간다.
그리고 부산여행을 해서 현지에서 만난 돼지국밥은 정말 내 마음에 쏘옥 들었다.
부모님이 전라도 분이시고 나도 전라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지라 입맛이 전라도였지만,
사실 내가 태어나서 4살까지 살던 곳이 부산인지라
나의 피지컬한 고향은 부산이었다.
그래서 인지 부산을 갈때마다 감슴이 트였으며, 부산의 음식을 먹을때마다 진정한 소울푸드를 만난 듯 다 맛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돼지국밥이 그 정점에 있었다.
사설이 긴 이유는, 바로 돼지국밥을 그렇게 좋아하고 먹어온 나에게 광화문 국밥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돼지국밥이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와
그리고 돼지뼈국물의 걸쭉함을 꼽는다.
그런데 여기 광화문 국밥은 일단 국물이 뽀얗고 맑으며 돼지고기가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마치 닭국물로 육수를 낸것처럼 맑은 국물에 맛있게 삶아진 고기가 나온다.
그래서 처음 먹었을 때, 돼지국밥이 이렇게 세련된 맛이던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에게는 대지 누린내가 좀 나는 그런 돼지국밥이 더 푸근하지만,
때론 이렇게 세련된 돼지국밥도 술술 넘어 간다.
배추 김치도 없이 나오는 잘읽은 깍두기와 쌈장이 아닌 된장이 나오지만,
반찬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단촐하게 반찬을 먹어야 메인요리인 돼지국밥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곳의 다른 메뉴인 평양냉면.
내 블로그에도 종종 나오지만,
우래옥이나 평가옥의 평양냉면을 좋아하고 즐겨 먹었는데,
회사근처에 바로 이렇게 평양냉면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반갑다.
그리고 왠 돼지국밥집에 평양냉면인가 했는데,
먹어보니
깔끔하고 세련된 돼지국밥에
깔끔하고 세련된 평양냉면은
무엇인가 같은 음식으로 다가온다.
조만간 또 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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